Page 103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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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103
지금 하시는,마음을 쉬고 사려를 맑히는 공부는 도에 들어가
는 문호의 첩경입니다.다만 이 마음만 갖춘다면 깊은 깨달음이
있을 것입니다.
옛 분이 말하기를,“선정(禪定)에 편안히 쉬지 않는다면 여기에
이르러 온통 아득하리라”하였습니다.이를 꿰뚫어 철두철미한 곳
에 도달하면 현묘랄 것도 없어서,불조라고 할 것도 없는 그야말
로 향상의 대기대용입니다.그러나 그런 사람의 행리처라도 다시
있음[有]을 알아야 비로소 됩니다.
이 일은 말속에 있지 않습니다.운문(雲門)스님은 “가령 말속에
있다면 일대장교가 어찌 말없음이겠으며,어찌 달마조사가 서쪽에
서 온 도리를 빌리겠는가”라고 하였습니다.그러므로 조사가 오셔
서 오직 ‘직지인심 불립문자 어구’만을 논했던 것은 알음알이를
잊고 참구하도록 하기 위해서였음을 알겠습니다.맑고 면밀하게
해서 한 생각도 나지 않게 되면 지난날의 지해․책략․기틀․경
계로 헤아린 도리를 벗어버리고 마음을 잊고 곧장 증득하게 됩니
다.그런 뒤에 일상생활하는 가운데서 이 정인(正印)으로 일체의
모든 모습에 도장을 찍으면 다른 모습이 아니어서,척척 들어맞아
모두가 진정 명묘한 큰 해탈의 경계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깨달은 뒤에 다시 일상생활 속에서 모든 불조가
보여주신 정인정과(正因正果)를 의지하여,세간에 잡되게 물들어
도를 해치는 모든 좋지 못한 업을 싹 물리치고 안온한 경지에서
수행해야 합니다.이삼십 년을 이것만을 생각하여 이 마음을 고목
처럼 담박하게 하면 이 몸 그대로 견고한 법신을 성취합니다.인
과를 무시하여 그저 텅 빈 공(空)이라거나 걸림 없다는 견해를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