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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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99


            눌러앉아선 안 됩니다.요컨대 이처럼 한다 하여도 저쪽에서 손을
            탁 놓아야 할 것입니다.

               협산(夾山)스님은 “그대가 푸른 연못을 거울처럼 맑게 한다 하
            더라도 끝내 밝은 달이 내려오게 하기는 어려우리라”했습니다.
            다다라 사무치지 못한다면 이는 모두 그림자와 메아리로서 돌장

            승의 머리를 방망이로 치는 격입니다.진지하게 참다운 일을 논하
            여 구경처를 보아야만 합니다.옷 입고 밥 먹는 것이 다른 사람이
            아니긴 하지만,그러나 요컨대 땀 냄새 밴 장삼을 벗어버려야 하

            는데,거기에 머물러 막혀 있어서는 안 됩니다.이미 땀 냄새나는
            장삼을 벗었다면 그는 틀림없이 번뇌를 벗어나 해탈을 얻은 무위
            무사의 큰 도인일 것입니다.





               39.인서기(仁書記)에게 주는 글



               설봉스님은 마치 금시조(金翅鳥)가 바다를 가르고 용을 낚아채
            듯 학인을 지도했으니,이런 경우가 어찌 설봉스님뿐이었으랴.예
            로부터 크게 도를 갖춘 인재로서 날카로움과 관조를 동시에 지니

            고,노련한 작가선지식의 솜씨를 간직한 자라면 모두 이러하였다.
            이는 아마도 단도직입하지 못하면 힘을 다하지 않고 은산철벽처

            럼 초준(峭峻)한가 하면,곧 완둔(頑鈍)한 공부를 지어 갔기 때문이
            리라.그러므로 임제스님과 덕산스님이 ‘방’과 ‘할’을 행하면서 독
            한 솜씨를 썼던 것은 바로 큰 마음․큰 그릇․큰 근기들이 향상

            을 알아차리게 하고 그저 눈앞에 보이는 그림자와 입에서 나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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