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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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일상적인 내 마음의 부분일 따름이다.그런데 무슨 깨끗함
            과 더러움,가는 것과 오는 것 따위에 장애되며,생사득실에 얽매

            이랴.고덕은 말하기를,“태어남은 마치 윗도리를 입는 것과 같고
            죽음은 다시 바지를 벗어버리는 것과도 같다”고 하였는데,그가
            생사를 큰 변고로 여기지 않았다는 것을 알 만하다.




               37.인선인(印禪人)에게 주는 글



               참구하는 요점은 자기 자신이 아침저녁을 가리지 말고 일 삼아

            서,오래도록 언제나 여기에 생각을 두어야 한다.스스로 살피다
            보면 단박에 정식(情識)이 끊어지고 사량분별이 사라져 하루아침
            에 통 밑이 빠진 듯하리라.마음 위에서 다시 마음을 보지 않는데,

            부처 위에 어찌 부처 지음을 빌리겠는가.크게 쉰 경지를 얻어서
            텅 비어 한가롭고 고요하며,모양 없고 함이 없으며 집착 없고 머

            무름이 없다.
               조사의 말씀은 결코 다른 일을 밝혔던 것이 아니라,이른바 몸
            과 마음의 본래 성품이 공(空)인 줄을 알면 이 사람이 부처와 무

            엇이 다르랴 하는 점이다.다만 스스로 몸소 참구하여 결국 깨달
            아 들어갈 곳이 있게 되면 다시 증거를 받아야 한다.바로 이것이

            일을 마친 사람이니,자세히 살펴보라.
               만학하는 초참 납자가 잠시 참구하려 하나 더듬어 들어갈 곳이
            없으므로 선덕(先德)이 자비를 베풀어 고인의 공안을 들게 한다.

            이는 대개가 법도를 시설하여 미친 듯이 멋대로 헤아리는 그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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