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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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107


            이 탈쇄(脫灑)하게 홀로 체득하였습니다.분명하게 깨달아 오랜 세
            월이 지나도록 변함이 없었습니다.전기(傳記)에 실린 경우는 태산

            에서 한 털끝이나,백천만 가운데서 불과 얼마 안 되는 작은 경우
            일 뿐입니다.고상하고 깊숙하게 은둔하여 강과 골짜기에 유전하
            면서 영원히 떠나 되돌아보지 않았으니,어찌 다 헤아릴 수가 있

            겠습니까.
               그러므로 모든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시고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큰 뜻과 온전한 기틀은 알음알이나 설명을 초월했고 그림자

            나 자취를 넘어서 성량(聖量)마저도 벗어났으니,그러니 어찌 자잘
            한 일이라 하겠습니까.
               분명히 지향하는 목적이 있는 사람으로서 숙세에 익혀 온 종자

            가 수승하여 근기와 역량이 보통 사람들과 같지 않아야만 그런
            뒤에 이 임무를 감당할 수 있습니다.비록 머리․눈․골수․뇌라

            할지라도 스스로 아끼질 않는데,더구나 소소한 어려움과 수고로
            움이겠습니까.지난날 크게 통달한 사람들은 종지를 체득한 뒤에
            깊숙이 문을 잠그고 견고하게 숨었습니다.그리고는 맞고 거슬리

            는 방편을 사용하여 고의로 해를 끼치기도 하고 노여움을 나타내
            욕하고 매질하고 꾸짖기도 하는 등의 백천 가지 수단으로 학인을

            시험코자 하였습니다.
               그런 고초를 거치면서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기를 기다렸다가
            한 번 살짝 밀쳐 주고 한 조각 말과 조그마한 방편을 베풀었습니

            다.이는 마치 매우 배고프고 피곤했던 사람이 음식을 얻은 듯,
            제호(醍醐)와 감로수를 부어 주듯 했습니다.소중하고도 기쁘게 부
            지런히 하여 잃지 않고 큰 법기를 성취하여 향상인의 지름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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