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8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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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았습니다.오히려 너절한 경지에서 푹 썩혀 익어야 비로소 부촉
했던 것입니다.
예컨대 회양(懷讓)스님은 조계스님에게 있은 지 8년 만에야 비
로소 “설사 한 물건이라 해도 옳지 않습니다”하였으며,능(慧稜)
스님은 설봉스님에게 가서 15년 동안 좌복을 일곱 개나 떨어뜨렸
습니다.영운(靈雲)스님은 30년을,용천(涌泉)스님은 40년을 있었으
며,덕산스님과 임제스님도 모두가 오랜 세월을 스승의 문하에 의
지해 있었습니다.
이 도는 모든 성인도 전하지 못하는 오묘한 것인데,어찌 경솔
하고 태만한 마음으로 들어가겠습니까.영가스님은 말하기를 “분
골쇄신해도 은혜를 갚기에는 부족하니,한 구절에 요연히 백억 구
절을 뛰어넘도다”라고 하였습니다.
상화(霜華)라는 수행인이 대위산에 있으면서 소임을 볼 때였습
니다.하루는 창고 앞에서 키질을 하는데 대원(大圓)스님이 떨어뜨
린 쌀을 한 톨 줍더니 그에게 말하였습니다.
“수행인이여,이 한 톨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백천 톨이 한 톨
에서 나온다.”
그러자 상화가 따져 물었습니다.
“백천 톨이 이 한 톨에서 나온다면 화상께서는 말씀해 보십시
오.이 한 톨은 어디서 나왔는지를.”
대원스님은 소매를 떨치고 가버렸는데 저녁 소참(小參)에서 대
중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대중들아,쌀 속에 벌레가 있구나.”
조주스님이 동성(桐城)땅에 갔을 때 길에서 투자스님을 만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