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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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파괴됨이 있으나 이것은 변함이 없으니,옛사람은 이를 “만법
과 짝하지 않는 사람”또는 “여래의 정변지각[如來正徧知覺]”이라
고 불렀다.다만 진실하게 알아차려 한 생각도 나지 않게 하면 본
래를 철저히 깨닫는데,원래 움직인 적도 없고 영원히 끊어짐이
없다.가고 머무르는 모든 작위가 애초부터 방해롭고 막히지 않아
역력고명하다.한 기틀․한 경계와 한 구절․한마디가 모두 법계
를 머금어서 근본의 진여(眞如)와 들어맞으며 망정의 알음알이가
일었다가 꺼질 자리가 없는 곳이다.
이 정인(正印)으로 한 번 도장찍으면,자연히 네모난 건 네모난
대로 둥근 건 둥근 대로 둘이 아니게 되리라.저 예로부터 불성을
분명하게 보고 도를 체득한 사람은 운용하고 작위함에 있어서 티
끌 인연의 경계를 관찰하되 가히 티끌 인연이라 할 것이 없어서
그것들을 움켜쥐어 하나의 참된 실제로 귀결시켰던 것이다.이처
럼 한 걸음 물러나면 하루 공부가 바로 일 겁(一劫)에 이른다.
그러므로 남전(南泉)스님은 말하기를 “내[王老師]가 열여덟 차
례 만에 문득 살 궁리를 할 줄 알았다”라고 했다.이는 잡아당겨
억지로 한 것이 아니라,마음대로 나는 듯이 두루 통하고 자재하
여 하늘과 용과 귀신도 그의 마음 일으킨 곳을 찾지 못한 것이다.
이 무심한 사람의 행리는 간결하나 깊숙하고 엄하다.만일 지견과
알음알이를 쉬면 장래에 철저하게 깨달을 분수가 있으며 살 궁리
를 할 줄 알게 되리라.요컨대 목적을 두고 힘써 노력한 뒤에 무
엇을 하든지 원만해지면,조계의 길 위에서 간단없는 힘과 활용을
얻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