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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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야만 비로소 씨앗이 될 만하다.그런 뒤에 천 사람․만 사람도
가둘 수 없는 곳에서 종문의 한 가닥 길을 욕되게 하지 않는다.
빳빳이 굳건하게 천 길 절벽처럼 우뚝하여,무심코 한 털끝만 집
어들어도 단박에 시방허공이 꽉 차는 것을 보게 되고,같은 가
풍․같은 덕을 들어 보이면 바라지 않아도 저절로 깨닫고,말하지
않아도 알게 된다.
그리하여 서로가 주인과 손님이 되어 종지를 건립하는데,서로
가 강이나 사막에 막혀 멀리 있다 해도 영원토록 눈앞에 보는 것
같아서 향상의 기틀을 꿰뚫고 생사의 일을 마쳐 은혜에 보답하고
법을 세울 수 있게 된다.뭇 생령들도 낱낱이 이렇게 만들어야 대
장부라 할 수 있으며,기특한 인연을 짓고 수승한 일을 마쳤다 하
리라.옛날 배상국과 황벽스님,이습지(李習之)와 약산(藥山)스님,
양대년(楊大年)과 광혜(廣慧)스님,이도위(李都尉)와 자조(慈照)스님
등이 모두 위와 같이 기연에 투합한 분들이었다.
이미 기연이 투합하고 나면 다시 이를 바탕으로 실천하면서 밖
으로는 모든 견해를 비우고 안으로는 마음의 지혜를 끊었다.철저
하게 평상심을 간직하여 날듯이 자유자재하여 안팎으로 보호한
사람이 되어 큰 법을 펼쳤던 것이다.이는 이른바 “이러한 일을
알려거든 반드시 이러한 사람이라야만 하고,이러한 사람이라야
비로소 이러한 일을 이해한다”고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