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1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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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111
45.선인(禪人)에게 주는 글
이근종지(利根種智)는 듣자마자 들어 보이고 당장에 철두철미
하게 알아차려 전혀 다른 법이 없다.손을 놓아버리고 바로 가버
리는데,어찌 다시 머뭇거림이 있겠는가.이는 마치 날카로운 칼
을 들고 문전을 막아서는 것과 같으니 감히 뉘라서 접근하랴.이
쯤 되면 그 늠름하고 신령한 위엄에 불조도 가까이할 수 없다.뭇
생명을 삼켜서 녹여 버리는데 어찌 큰 해탈을 얻음이 아니겠느냐.
다시는 향상이니 향하이니를 세우지 않고 초연하게 호젓이 깨닫
는다.
그러므로 위로부터 옛 분들이 세운 방편 하나,드리운 말 한마
디를 두고 “낚시를 사해에 드리움은 사나운 용을 낚으려 함이다”
라고 말한 것이다.여기에 이르러선 이러쿵저러쿵 따질 것 없이
화살과 칼끝이 퉁기듯 일격에 뚫을 것을 요한다.조금이나마 머뭇
거렸다간 천리 만리로 멀어진다.예컨대 달마스님이 소림에서 9년
을 면벽하자 혜가조사만이 묵묵히 계합했던 것이니,요즈음도 서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밝히는 것이 어렵지 않다.다만 이제껏 지
어 왔던 갖가지 지해나 방편을 완전히 없애 털끝만큼도 세우지
않고,마음을 깨끗이 비우면 된다.성인이니 범부니 하는 생각도
간직하지 않고 나와 남에 매이지 않으며 한 생각도 내지 않고 단
도직입하는데,다시 무슨 부처를 찾으랴.
비로자나 부처의 정수리를 높이 밟으며 석가모니 부처에게도
받을 것이 없다.표적을 부수고 방편을 타파하여,종지와 격식을
초월하며 머리를 방외(方外)로 내밀어 도대체 내가 누구인가를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