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3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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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113
46.노수(魯叟)에게 드리는 글
불법은 큰 바다와 같아 모든 것을 포함하여 모양이나 수량(數
量)으로 헤아릴 바가 아니며,낱낱이 무한함을 갖추었습니다.만일
깨달아 들어가려면 반드시 헤아릴 수 없는 큰 지견(智見)을 갖추
어서 법계를 다하고 허공과 같아져 미래가 다하도록 물러나지 않
아야 합니다.걸음걸이와 체재를 뛰어넘어 철석같이 견고해진 뒤
에 정문정안(頂門正眼)을 확연히 하고,진실로 본분작가의 솜씨를
갖춘 대종사를 신중히 선택해서 마음을 쉬고 그에게 의지해야 합
니다.
생사의 큰 일을 그에게 맡기고 투철히 깨치지 않고서는 그만두
지 말아야 합니다.무엇보다도 형식에 떨어지지 말고 단박에 본래
면목을 분명히 보고 본지풍광을 밟아야 합니다.뿌리를 깊숙이 박
고 줄기를 견고하게 하여 확실히 믿고 확실히 깨쳐서 텅 비고 신
령히 밝아 요동하거나 변화하지 않는 것으로써 기반을 삼아야 합
니다.정념도 계교도 전혀 나지 않고 당장에 텅 비어 앞뒤가 끊기
면,모든 성인과 실낱만큼도 다르지 않다 하겠습니다.
이렇게 자기를 살핀 다음에는 뒤로 물러나 아무것도 남겨 두지
않되 털끝에서 찰해(刹海)를 나타내고 겨자씨 속에 수미산을 받아
들여,향상의 기틀을 일으키고 불조의 법령을 드날립니다.여기에
와서야말로 참으로 힘을 들일 곳이니,과거와 지금의 현묘한 이성
과 기묘한 언구,하늘을 찌르는 책략에 이르기까지 모두 떨어 버
려야만 비로소 저쪽의 뜻을 체득합니다.
그렇게 되면 어느 시절에 다시 나는 불법을 알았다느니,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