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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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게 대기대용을 드날릴 수 있느니 하겠습니까.만약 오랫동안 하
다 보면 분명 하릴없는 안락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성현이 출현
하여 이를 위할 때,일에 임해서 공이나 능력을 세우지 않고 아견
을 드러내지 않았던 의도가 사람들을 의심 없고 함이 없고 하릴
없는 데 있도록 하였음을 알겠습니다.
지금 한창 나이에 부귀를 누리시나 숙세의 원력으로서 높고 원
대한 식견이 있으니,이 도를 배우려면 몸과 마음을 청결히 하고
세간의 인연을 버리지 않은 채 청정한 수행을 해야 합니다.처음
단계가 벌써 바로 되었으니 요컨대 영원히 물러나지 않겠다는 마
음을 갖추어,비록 마음에 맞지 않는 외연을 만난다 해도 엿이나
꿀을 먹듯 해야 합니다.이렇게 길러서 푹 익히면 크게 해탈한 사
람이니 불법과 세간법이 어찌 다르겠습니까.이를 미루어 곧장 앞
으로 전진한다면 어디를 간들 이롭지 않겠습니까.
옛사람이 말하기를 “천리가 같은 바람이다”라고 하였으니,이
는 말하지 않고도 알고 대면하지 않고도 알기 때문인데,어찌 번
거로운 말을 빌리겠습니까.그러므로 비야대사(毘耶大士:유마)가
한 번 묵연하자 문수는 “훌륭하십니다”라고 찬탄하였던 것입니다.
병을 치료하는 데에는 많은 약이 필요치 않습니다.의도는 낚시
끝에 있으니 모름지기 알아차려야만 합니다.
홀로 가고 홀로 걷는 곳에서 실제를 의지하여 참구하되,어디
로부터 일어나고 어디에서 오는가를 살펴야 합니다.속박을 풀어
주려면 진실하지 않고서는 어찌 기대하겠습니까.무업(無業)스님은
“망상 피우지 말라”라고 하였을 뿐이며,구지(俱胝)스님은 한 손가
락을 세웠을 뿐입니다.또 천황(天皇)스님의 “호떡”과 조주스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