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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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짧음이 있으랴.유위(有爲)와 유루(有漏)는 허깨비 같고 꿈과
같아 끝내 한 티끌만큼도 오래 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재지(才智)를 갖춘 역량이 있는 사람은 단박에 일념
의 진정한 보리심을 발현하여,여러 인연에 끄달리거나 부귀영화
에 얽매이지 않아서 움쩍했다 하면 오랜 세월토록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머리를 묻고 앞으로 전진하면서 이것만을 생각하고 회광
반조하여 옛날 위음왕불 저쪽,모든 인연의 근본을 분명히 살핀
다.꿰뚫어 보기만 하면 몸과 마음이 태연하여 하루 내내 다시는
놓아버리지 않고 단박에 철저히 깨치니,이로써 할 일을 다 마친
것이다.그런데 그대는 성품이 원래 고요하고 순일하며 자비롭고
선하여 이런저런 잘못된 지견이나 깨달음이 없으며,게다가 계속
면면히 참구하니 어찌 훌륭하지 않으랴.
옛사람은 모든 사물에서 알아차려야 한다고 하였다.그저 아침
부터 저녁까지 “이것이 무엇일까”하면서,생각생각에 잘 살펴서
마음마음에 머무름이 없어야 한다.오래도록 푹 익어지면 빛을 보
매,일체 법은 공(空)해서 실체가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리라.
이 한 마음만이 고금에 뻗쳐 생사를 투철하게 벗어나게 된다.이
도를 배우는 사람이 그 관문을 뚫지 못하면 망정과 알음알이 속
에 있으면서 부딪히는 것마다 막히게 된다.
그러나 만일 모든 망정을 부숴 없애 가슴속에 티끌 만한 그 무
엇도 간직하지 않으면 자연히 칠통팔달하게 되리라.다만 긴 시간
끊임없이 모두 없애 버리면 청정하다는 생각과 성스럽다는 생각
도 오히려 있을 수가 없는데,어찌 하물며 망정에 끄달려서 착하
지 못한 일들을 할 수가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