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2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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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이해가 부처님 근처에까지 이르렀고 더 이상 수행할 곳이
없는 자리에 도달했다 해도,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자취에서 벗어
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그러므로 예로부터 작가종사는 알음
알이의 조작으로 이해하는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알음알이를 버려서 가슴속에 털끝만큼도 남기지 않아
허공같이 호호탕탕하게 되는 것만을 허락했을 뿐입니다.오래도록
길러서 익어지면 이것이 바로 본지풍광이며 본래면목입니다.이
고금에 뻗친 경지에 도달하면 생사를 벗어남에 무슨 어려움이 있
겠습니까.
배상국이나 방거사처럼 곧장 믿어서 단박에 힘을 얻고 자유롭
게 수용하면 6진의 반연과 허망한 경계가 어찌 다른 곳에서 나오
겠습니까.만일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진실을 살피면 하루종일 모
든 사물을 굴리되 굴린다는 생각[能相]이 없습니다.무심하게 텅
비어 마음을 내거나 생각을 움직이지 않고 스스로의 천진함을 따
라 평소 항상함과 진실함을 간직합니다.그리하여 관직에서 유유
히 일하며 모두 꿰뚫어 살피는데 이것이 누구의 은혜를 받은 것
이겠습니까.
이미 ‘그것’을 알아차리고 나면 마치 물을 따라 내려가는 배처
럼,그저 좌우를 돌아보면서 붙잡고 가면 자연히 신속하게 반야와
서로 맞아떨어지게 됩니다.
이것이 선객들이 말하는 “스스로 하는 공부는 어느 곳에서나
세월을 헛되게 버리지 않는다”한 것입니다.끊임없이 오래도록
불퇴전의 마음을 갖추면 반드시 세간의 유루와 유위를 다 버린
뒤에야 무위무사의 경지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니,이는 원래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