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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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아 결택하였던 것이다.그러니 말이나 배워 고인의 공안을 이해
            한 것으로 3백이고 5백이고 선문답을 하면서 그것을 깨달음으로

            여겨서야 되겠는가.총명하고 교활한 지혜는 모두가 도를 장애하
            는 근본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요컨대 가만히 공적함을 두드려 심신을 놓아버려서,토목이나

            기왓조각같이 되는 것을 걱정하지 말아야 한다.그리하여 업의 뿌
            리가 되는 씨[業根種子]를 번뜩 뒤집어 잘못임을 알고,불법 배우
            는 것을 독약에 중독된 것처럼 보아야 한다.그런 뒤에 불법을 투

            철히 벗어나면 이것이 본분의 일을 체득한 것이다.이는 작은 인
            연으로 성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래 참구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놓아버리고,걸머지지 않아야

            만 경솔하게 다치지 않는다.상류(上流)들은 투철하면 투철할수록
            더욱 낮추어 세밀하고,고명하면 고명할수록 더욱 감추어서,전혀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아무 데도 쓸모 없는 사람이 된다.움직여
            도 먼지조차 일지 않고 말하더라도 사람들을 놀래키지 않아서 담
            담히 편안하고 한가로이 항상 공경을 행해야만 비로소 보임(保任)

            을 할 수 있으며,맞고 안 맞는 모든 경계에 마음이 동요하지 않
            고 뜻이 바뀌지 않는다.달마스님은 이를 “일상삼매(一相三昧),일

            행삼매(一行三昧)”라고 하였다.
               부디 푹 익도록 실천하라.그리하여 고금의 작용과 기연에 종
            횡으로 통달하여도 그것을 가슴에 남겨 두지 말아야 한다.그저

            무심하여,부딪치면 바로 변전(變轉)하고 누르면 바로 움직여,얽
            매이지 않으면 수천만 사람 속에 있더라도 한 사람도 없는 것과
            같으리라.이는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히 이렇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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