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6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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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에 지장(地藏)스님이 한 스님을 꾸짖어 말하기를 “남방에서는
            호호탕탕히 선(禪)을 말한다는데,말해 보라.나의 여기에서 밭에

            씨 뿌리고 주먹밥 먹는 것만 하겠는가를”하였다.
               이를 미루어본다면 괴로움을 참고 수고로움을 이기면서 큰 작
            용을 융성하게 일으킨 것이니,거칠고 누추한 가운데서라도 모두

            가 지극한 참다움이 된 것이다.오직 마음을 바꾸지 않고 한결같
            이 나아가며 실천하는 것만을 귀하게 여길 뿐이다.생사도 나를
            어찌하지 못하는데,더구나 그 밖의 일이야 말해서 무엇 하랴!영

            가스님은 말하기를,“최상의 인재는 한 번 결단하여 일체를 끝낸
            다”하였으니 믿을지니라.




               52.시자 법영(法榮)에게 주는 글



               도를 배우는 사람은 부지런히 생사문제를 가슴에 품고 밤낮으

            로 고생을 꺼려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선지식을 섬겨 한마디
            반 마디 말에서 깨달음의 약을 찾아야 한다.꾸짖고 배척하는 갖
            가지 나쁜 경계를 만난다 해도 힘써 전진해야 한다.숙세의 훈습

            으로 이루어진 자연종지(自然種智)가 아니면,반드시 주저하거나
            혹은 물러나 후회하리라.여기에서 편안하여 애초부터 자신이 세

            웠던 원을 움직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못 얻기란 어렵다.그러나
            본래 있는 이 성품에서 나타나 작용한 견문각지는 부모를 통해
            나지도 않고 경계로 해서 빼앗기지도 않는다.

               만약 지난날의 지해를 따르기만 하면 즉시 업식(業識)에 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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