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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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129
54.중선유나(仲宣維那)에게 주는 글
대유령 밖의 조사 조계(曹溪)스님은 부처의 종족이시다.신성
(新城:新州)에서 자취를 내어 번우(番禺)땅에서 법을 펴셨다.마
치 해가 세상을 비추듯,기린과 봉황이 상서를 나타내듯 하였으
니,그 후 번창하여 태전(太巓)과 삼평(三平)같은 용상대덕들이 나
와 창려(昌黎:한퇴지)에게서 견해의 가시를 뽑아 주고 세상을 위
해 횃불을 밝혔다.이로써 그들에게 사람이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으니,그것은 아마도 세속을 끊고 인간을 떠났기 때문에 진실로
가업을 이룬 씨앗이 되었던 것이다.그들이 걸었던 발자취와 지향
했던 업(業)은 하늘처럼 높았으니,어찌 좀스럽게 줄[行伍]이나 따
르고 무리나 쫓으려 하였겠느냐.
옛날 흥화(興化)스님이 극빈(克賓)유나에게 말하였다.
“너는 오래지 않아 창도사(唱導師:전법사)가 되리라.”
그러자 극빈스님이 대답하였다.
“저는 그런 처소[保社]에는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흥화스님이 따져 물었다.
“알고서 들어가지 않겠다는 거냐,몰라서 들어가지 않겠다는
거냐?”
극빈은 말하였다.
“모두 상관이 없습니다.”
이리하여 벌금을 받고 절에서 쫓아내도록 영(令)을 내렸다.
많은 사람들은 이에 대해 일상적인 생각에 떨어져 있거나,그
렇지 않으면 특별한 기연이거나 관문이라는 생각을 지으니 어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