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8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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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곳에 도달하면 바로 본래면목이다.그 때문에 옛사람은 말하기
            를 “한 생각도 나지 않으면 그 자체가 온전히 드러난다”하였는

            데,이 자체는 바로 부서지지 않는 금강의 바른 몸이다.6근이 움
            직였다 하면 구름에 가려지는데,이 움직임이 바로 망상 지견이
            다.

               총명한 사람들이 망상심으로 분명한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이들은 이 망상심을 놓지 못하고서 마음이 요동하지 않는 쉰 자
            리에 도달하여서도,스스로 본성을 알아차리려 하지는 않고 이를

            텅 비었다고만 여기고,유(有)는 버리려 하면서 도리어 공(空)에 집
            착하니 이것이 큰 병통이다.만일 한쪽을 버리고 한쪽을 집착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은 알음알이로서,철저하게 성품을 보지 못한

            다.이 성품은 있는 것이 아니므로 버릴 필요가 없으며,이 성품
            은 빈 것도 아니므로 집착할 것도 없다.

               요컨대 버림과 집착,있음과 없음을 떠나 당장에 편안한 경지
            에서,원만하고 담담하고 텅 비어 움직이지 않으면 홀연히 안락해
            진다.그러면 이 참되고 깨끗한 묘심을 스스로 믿어서,잠깐 사이

            에 세간 인연에 끄달려도 바로 알아차려 거기에 따라가지 않는다.
               알아차리기만 하면 붙들어 멈추겠지만,알아차리지 못하면 그

            대로 거기에 딸려가 버린다.그러므로 오래도록 텅 비고 한가하게
            스스로 공부를 해서,모든 망념을 녹이고 자기가 깨달은 곳이 있
            도록 해야만 비로소 되리라.

               옛사람은 말하기를 “당처를 떠나지 않은 채 항상 고요하니,찾
            으면 그대를 아나,보지는 못하도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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