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1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P. 131

원오심요 下 131


            개가 말아 오르고 바람이 휘돌듯 바로 그 기미를 타고 정면으로
            통쾌하게 주면 곧 임제의 종풍이라 부르며,또한 사방에서 찾아와

            의지하여 묻는 사람들을 저버리지 않는다.말로 말을 타파하고 자
            취로 자취를 깎아 죽은 물에 떨어지지 않고 멀리 뛰어넘어 농사
            꾼의 소를 몰고 가고 주린 사람의 밥을 뺏는 솜씨를 행한다.이렇

            게 하는 뜻은 생과 사를 벗어나고 성인과 범부를 초월하며,남과
            나를 같게 하고,더러움과 깨끗함을 녹여서 천지를 환히 비추는
            큰 해탈을 증득하여,자리이타로 성인의 종족을 계승하는 데 있

            다.
               “이조(二祖)는 서천에 간 적이 없고 달마는 동토에 온 적이 없
            다”는 말을 듣지 못했는가.사람들에게서 눈에 티와 쐐기를 뽑아

            주듯 속박을 풀어 줌이 바로 은밀한 방 가운데 있다.실법(實法)이
            란 것으로 사람을 묶지 않고,처음부터 그에게 백추를 주어 가지

            고 가게 해서 그 중에 온 개나 반 개의 안목 바른 사람이 씨앗이
            되는 것을 감당케 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치를 따지고 이해를 세우며 언어 문구를 정리하고

            고금을 비교한다면,어찌 땅에서 사람을 싹 쓸어 없앨 수 있겠는
            가.이는 조실스님의 자리에 앉은 선지식의 본래 직분이다.

               그런 가운데 부지런히 손을 드리우고 지칠 줄 모르고 계속해
            나가야 한다.오로지 귀찮다고 미루어 버린다면 근본 종지를 잃고
            옛 성인을 저버리게 된다.

               백운(白雲)노스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뚫지 못했을 땐 철벽같았는데 뚫고 보니 원래 철벽이 바로 자
            기였다”라고.반드시 철벽같은 선정을 지어야 한다.그런 뒤에야
   126   127   128   129   130   131   132   133   134   135   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