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2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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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착 몸을 벗어날 기틀이 있어서,암두스님이 갈파했던 강종(綱宗)
의 본모습에 비로소 부합하리라.
꼬리 아홉 달린 여우는 몹시도 굴을 그리워하는데,금빛털 사
자는 몸을 돌릴 줄 아는구나.
56.전차도학사(錢次道學士)에게 드리는 글
사람마다 서 있는 자리에 이 하나의 큰 일을 갖추고 있어서,
부처와 중생이 아무 다름이 없습니다.다만 부처는 깨달아 원융하
고 뭇 중생들은 물들고 미혹하여,이윽고 서로가 현격하게 멀어졌
을 뿐입니다.그러므로 모든 성인이 나와서 유독 큰 법을 창도하
시니,이를 ‘직지인심 견성성불’이라 합니다.특별히 상근기만을
제접(提接)하여,요컨대 날카로운 근기를 가진 종성(種性)에게 얼
굴을 마주하자마자 서로 드러내어 다시는 머뭇거리지 않고 우뚝
이 행하기를 바란 것입니다.
때문에 영산회상에서 본보기를 세워 꽃을 들자마자 가섭이 미
소하였던 것이니,만약 그가 이랬느니 저랬느니 한다면 즉시 빗나
가 버립니다.
그릇과 도량이 이미 같으면 헛되게 전수함이 없습니다.이로부
터 근원과 근원이 이어져 지금에 이르기까지 깨달음을 얻은 자가
항하수 모래알만큼이나 많습니다.
구지(俱胝)스님의 경우 천룡(天龍)스님을 뵙고 한 손가락을 얻
었으며,조과(鳥窠)스님이 실오라기 하나를 입으로 불자 시자가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