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3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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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133
게 깨달았습니다.어찌 많은 주장과 설명으로 도리어 그들의 참된
성품을 어지럽혔겠습니까.
요점을 들어 지적한다면 영리하고 지혜로운 상근기만이 육근․
육진을 투철히 벗어나 생사를 끊으려고 마음먹습니다.일상 가운
데서 눈을 높이 두어 만 가지 인연과 높고 낮은 모든 경계가 전혀
실재하지 않음을 간파해 냅니다.오직 본래 신령하고 밝은 큰 해
탈만이 고금에 훤히 뻗쳐 영원토록 살아 움직입니다.일념에 계합
하여 걸림 없음을 얻으면 나다 남이다 하는 지견과 세간의 지혜
와 변재와 총명,기쁨과 성냄,잘잘못과 갖가지 집착을 문득 놓아
버립니다.모든 것을 마음에 평온하게 지녀 나날이 작용하면서도
애초에 걸림이 없으니,부딪치는 대로 척척 들어맞아 모두가 본지
풍광이 됩니다.사물을 따라 형체를 나타내되 갖지도 맞이하지도
않으면서 담담하고 진실하고 고요합니다.죽는 날에 가서는 확실
하게 얻었으니,이른바 “꽉 붙들어 주인이 된다”한 것입니다.
듣지도 못하였습니까.방거사가 성태(聖胎)를 길러 나가다가 떠
날 때 우적상공(于頔相公)에게 말하기를 “있는 것을 비우려 할지
언정 없는 것을 채우려 하지 말라”고 했던 것을.그리고는 상공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가 떠났습니다.
양시랑(楊侍郞)은 투철하게 깨달아 절개를 세우고 벼슬길에 선
분인데 마지막 죽음에 임하여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물거품이 일었다 꺼지되 그 두 가지 법은 본래 같다.진정 돌
아갈 곳을 알고자 하느냐?조주(趙州)동원(東院)의 서쪽이로다.”
이는 맺힌 곳에서 힘을 얻은 것이 아니겠습니까.일반적으로
정성을 간직하고 흠모하는 것은 본시 보고 듣는 것으로 말밑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