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4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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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기를 바라서가 아니라,몸과 마음을 확실하게 청정히 하여 안으
            로는 텅 비어 한가함을 지키고 밖으로는 견문을 툭 트이게 하여

            가만히 지혜의 칼날을 움직여 정욕을 끊고 회광반조하기를 요한
            것입니다.
               마치 영운(靈雲)스님이 복사꽃을 보고 깨닫듯,향엄(香嚴)스님이

            대나무에 기왓조각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깨닫듯이 말입니다.나
            아가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
            며,그대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한 것이나,“바람이 방울소리

            를 울린 것이 아니라,내 마음이 울릴 뿐이다”한 것처럼.




               57.처겸수좌(處謙首座)에게 주는 글



               옛 분들이 방편을 베풀고 가르침 세우기를 처음부터 소홀히 하
            지 않았던 것은,반드시 만세토록 법을 배우는 표준으로 삼게 하

            기 위해서였다.그 때문에 마갈타에서는 방문을 걸어 잠갔고,소
            림에서는 쓸쓸히 앉아 있었으며,비야리에서는 입을 닫았고,수보
            리는 묵묵히 있었으니,다 목적이 있어 그렇게 했던 것이다.

               마치 북두성이 제 자리에 위치해 있듯,모든 시냇물이 바다로
            흘러가듯 하였으며,호랑이가 노려보듯 용이 달리듯,바람이 돌고

            구름이 합하듯이 하였다.이런 것이 있는 줄 아는 자는 나아갈 바
            를 가만히 알아서,이치를 따지지 않고 곧장 알아차려 그 문지방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체재와 행위가 자연히 들어맞았다.

               처음 가르침을 세웠을 때는 우연히 그렇게 된 듯도 하나 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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