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8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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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풍희몽(馮希蒙)에게 드리는 글
그대는 삼계화택을 싫어하여 말끔한 풍도를 간직하고 인연의
업을 맑혀 세상 밖을 노니십니다.급고독장자,유마거사,배휴상공,
그리고 방거사의 길을 간다 하겠으니,어찌 무리를 놀라게 하고
성인을 필적하는 빼어난 인물이 아니겠습니까.그러나 이것은 위
음왕불,과거 칠불 이전부터 아래로는 미래가 다할 때까지,만유십
허(萬有十虛)를 꽉 껴잡아서 전혀 새나감이 없습니다.
요컨대 하나를 들면 문득 밝히고 움쩍하면 곧 알아차린다 해도
벌써 바보짓입니다.그 때문에 단하(丹霞)는 태어나면서부터 알았
고,방거사는 아무 데고 막힘이 없었습니다.눈으로는 아주 작은
기미까지도 보아 내고 모든 선(禪)을 간파하였습니다.총림에 높이
거닐며 수만 금을 강물에 던지고 두건[俗塵]을 벗어 버렸습니다.
한결같이 무간도(無間道)가운데 살면서 시장에서 조리(笊籬)를 팔
고 대낮에 거리에 누었으니,어찌 허기짐과 부끄러움인들 없었겠
습니까마는,사람을 만나 종횡으로 활용하는 데 있어서는 최상의
문빗장을 밟는 책략 아님이 없었습니다.
지금 그대는 이러한 뜻을 가졌고,근기,성품,기상,도량이 다
행히 범상치 않으십니다.그러니 오직 물러나서 버리고 정진 수행
하는 데만 힘쓰십시오.이렇게 해서 오래도록 변치 않으면 그때는
전체를 그대로 누리고 쓸 수 있게 됩니다.
불전 앞의 풀을 깎고,성승(聖僧)의 머리에 올라타며,목불(木
佛)을 태우고,한입에 서강(西江)의 물을 다 마시고,본래인(本來人)
에 어둡지 않다고 한 것 등이 모두가 원만한 기틀로 생생하게 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