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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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은 모두가 무심의 경계를 찬탄하고 소중히 여기면서 실로
후학들도 그렇게 하기를 바랐던 것을.가령 기관(機關)․언어․변
혜(辯慧)․지해(知解)를 드러냈더라면 바로 심전(心田)을 더럽힌 셈
이니,끝내 영산의 염화와 소림의 면벽 같은 부류에는 들어가지
못한다.적지 않은 사람들이 천착하여 본분을 의지하지 않는다.
이는 입으로 성색(聲色)을 더듬고 작용하는 짓이란 것을 몰랐다
하리라.이것은 참으로 뇌(腦)를 찔러서 아교 항아리 속에다 부어
넣는 것과 아주 흡사한 것이다.
준수한 부류라면 그는 응당 그러하진 않으리라.이미 살피고
검토했으니 반드시 원대한 것에 뜻을 두어,머리를 맞대고 참됨을
실험한 자리에 도달해야 한다.때문에 체득한 사람은 콧물 흐르는
것은 닦지만 공부할 것은 없는 것이다.말해 보라.그는 어느 곳
을 밟고 가는지를!
교 밖에 홑으로 전한 것을 알려 하느냐?섣불리 알아차리고 허
공을 바라보며 움켜쥐고 더듬는 것이 아니다.낱낱이 처음부터 끝
까지 철저하게 꿰뚫어 천지를 덮으면서 사자새끼처럼 자재롭게
유희한다.분명히 툭 트일 때는 똑바로 분명히 툭 트이고 면밀한
곳에서는 곧바로 면밀하다.다만 한 덩어리 자기 발아래 있는 것
이지만,구경에 이르러선 모름지기 스스로 정신을 차려야만 진실
을 수용하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