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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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29


               4.장중우 선교(張仲友宣敎)에게 드리는 글



               이 큰 인연을 탐구하려면 영리한 근기와 최상의 지혜라야만 마
            침내 약간은 힘을 덜었다 하겠습니다.그러나 이 중요한 일을 하
            려면 항시 자기의 견해를 고요히 하고 가슴속을 텅 비워 광채를

            돌이켜 간파해 내서,안과 밖이 텅 비어 고요하며 담연하고 분명
            하게 관조해서 한 생각도 나지 않는 곳에 도달해야 합니다.연원

            을 철저하게 꿰뚫고 문득 스스로 깨치면 자체가 허공과 같아 이
            루 다 헤아릴 수 없으며,고금에 뻗쳐 만상도 가두지 못하고 범부
            나 성인에도 매이지 않습니다.씻은 듯 적나라하여 이를 ‘본래면

            목’또는 ‘본지풍광’이라고 합니다.한번 얻으면 영원히 얻으니 미
            래가 다하도록 다시 무슨 걸리고 막힐 생사가 있겠습니까.
               소소한 득실과 시비,영고성쇠,고요함과 혼란함에 이르러서도

            대뜸 끊어 꽉 쥐고 주인 노릇하여 오래도록 길러 갑니다.한 마음
            이 나지 않으면 만법에 허물이 없으니,그저 부디 조심해야 할 것
            은 알음알이를 일으켜서 깨치려고 하는 것입니다.그러면 바로 피

            아(彼我)에 떨어져 반드시 사랑과 증오의 마음이 생겨 씻은 듯 벗
            어버리지 못합니다.이 무심한 경계,즉 사념 없는 진실한 종지는

            요컨대 매섭고 영리한 사람만이 비로소 얻을 수 있습니다.조사가
            서쪽에서 오셔서 사람의 마음을 곧바로 가리켜 사람들로 하여금
            견성성불하게 하였을 뿐입니다.

               이미 분명하게 이 마음을 믿고 들어가 확실히 도달하면 모든
            인연을 놓아버려 항상 마음을 텅 비워야 합니다.이것이 성태(聖

            胎)를 길러 진정한 수행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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