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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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정녕 깨달은 바가 없다면 경계와 외연을 만났을 때 언제
든지 어지러워 모든 사물에 쉽게 휘둘려 생사의 속박 속에 오래
도록 떨어지게 됩니다.그러니 반드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덧없음
만을 생각하여 생사문제를 큰 일로 삼아야만 합니다.매일매일 살
아가는 가운데서 움직일 때에는 그 움직일 때를 살펴보고,가만히
있을 때에는 가만히 있는 때를 살피며,옷 입을 때는 옷 입을 때
를 살피고,밥 먹을 때는 밥 먹을 때를 살펴서 서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이 대사인연을 깊게 믿으면 공겁(空劫)저편으로부터 부모가
낳아 주시기 이전까지가 그 자리에서 뚜렷하게 밝아집니다.그것
은 바로 지금 매일 살아가는 가운데 있을 뿐이니,언제 한번이라
도 모자라거나 부족했던 적이 있겠습니까.한 곳만 꿰뚫으면 어느
곳 하나도 빠뜨림 없이 투철하여,이른바 “곳곳마다 참되고 티끌
마다 본래인이다”는 것입니다.진실이 말을 할 때는 소리가 나타
나지 않고 그 자체 당당하나 몸이 없습니다.그러니 한 티끌을 잠
깐 들자마자 대지 전체가 딸려 옵니다.온 법계가 모두 나이니 다
시 어느 곳에 눈․귀․코․혀․몸․의식을 붙이겠습니까.둘이
아니고 다르지 않은 줄 분명히 알아야 하겠습니다.이는 마치 물
이 물로 들어가듯 금에다 금을 올리듯 하여,참으로 여여(如如)한
실제의 큰 해탈문입니다.
옛날 우적상공(于頔相公),배휴상국(裴休相國),본조(本朝)의 내
한 양억(內翰楊億),태위 이준명(太尉李遵明)등은 모두 빼어난 근
기와 지혜를 받고 태어나 방외(方外)의 노숙(老宿)과 함께 오랫동
안 마음을 가다듬고 참구하여,모두를 깨달은 바가 있어 빠짐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