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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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33
5.문덕거사(文德居士)에게 드리는 글
소박 진실하게 땅을 밟고서 수행하여 알음알이를 정화하는 이
것이 가장 잘하는 것입니다.이는 이른바 말로 한 발[一丈]을 설명
함이 직접 한 자[一尺]를 행하는 것만 못하다는 것입니다.그러나
본성을 보아 이치를 깨달으면 망정과 생각을 모두 버리고 가슴이
툭 트여서,일체의 모습을 여의고 원융하게 사무쳐 텅 비게 통합
니다.
그런 뒤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여 물(物)․아(我)가 일여
하고 삶과 죽음이 똑같고 부처와 중생이 평등합니다.어묵동정,
무엇을 하든지 어느 곳에서나 근원을 만나,한 털 한 티끌이 모두
거두어들임이 됩니다.그런 뒤에 매일 생활하는 가운데서 땅에 턱
버티고 앉은 사자와도 같은데,누구라서 감히 목전에 어리댈 수
있겠습니까.이리하여 하나의 모습,하나의 행동에서 변행삼매(遍
行三昧)를 얻으며,근기와 기연을 이미 벗어버리고 나니 단번에
무심경계가 나타납니다.실오라기 만한 생각이라도 나기만 하면
다 끊어야 비로소 향상인의 살림살이라 할 수 있습니다.그 때문
에 옛날 큰스님들께서는 현묘를 참구하는 사람이,무엇보다도 오
묘한 마음을 먼저 깨닫고 나서 수행할 것 없는 수행을 하여,깨달
을 것도 없는 깨달음을 증득하는 것만을 귀하게 여겼습니다.밖으
로 달려 구할 것이 없고 그저 스스로 광채를 돌이켜 그대로 알아
야 할 따름입니다.
옛사람이 기연에 투합했던 것을 보지도 못하였습니까.강 건너
편에 서서 부채를 흔들어 불렀으며,찰간대를 거꾸러뜨리라 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