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P. 35

원오심요 下 35


            몸이 빠져나올 길이 있습니다.
               청정한 계행을 지니되 계행에 집착하는 생각이 없으며,호호탕

            탕히 수행을 해도 공부한다는 생각을 남기지 않습니다.그저 한결
            같이 자취를 남기지 않으면 자연히 도를 체득한 옛사람들과 짝이
            됩니다.그러므로 큰스님들이 깨달아 들어가고 수행 증득해서는

            설법좌를 얻어 법의를 걸친 뒤에도 스스로 살필 것을 말씀하셨으
            니,바로 사람들을 무간도(無間道)속의 공부를 하게 하였던 것입
            니다.그런데 더구나 생사의 일과 같이 큰 경우야 말해서 무엇 하

            겠습니까!
               상당한 사람들이 죽는 날에 가서는 손발을 허우적거립니다.이
            는 대체로 평상시에는 평온했으나 내내 거칠게 들뜨면서 티끌 인

            연을 따라 뒹굴다가,시절이 도래하면 목이 마르자 우물을 파는
            격이니,그래서야 어떻게 해내겠습니까.

               사람으로 태어난 이 한 생에 일찌감치 돌이키지 않으면 백겁천
            생 부질없이 빗나갑니다.이제는 이것이 있는 줄 알았으니 굳건히
            앞만 보고 나아가며 모든 알음알이를 덜고 허망한 인연을 버리십

            시오.영원히 가슴속을 깨끗이 비워 한 티끌도 일삼을 것이 없게
            해야 합니다.혹 망상이 일어나거든 당장에 밀쳐 버려 결코 거기

            에 머무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본성은 항상 밝지만 그 밝음은 취할 수도 없고,취모검과도 같
            이 늠름하니 뉘라서 감히 칼끝을 당하겠습니까.그 자리는 일체

            말길이 끊기고 마음가는 곳도 없습니다.가고 싶으면 가고 머무르
            고 싶으면 머물러,성인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범부에 속해 있
            는 것도 아니니,어찌 일을 마친 범부가 아니겠습니까.이 때문에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