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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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우며,주장자를 휘두르고 ‘할’을 하며 미묘한 언구를 베푸는 등
옛 분들의 백천억 가지 방편이,모두 사람들로 하여금 여기에서
투철히 벗어나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한번 꿰뚫었다 하면 그대
로 근원까지 깊이 사무쳐 꿰뚫어,문 두드리는 기왓조각을 버리고
끝내 털끝만큼도 마음에 둔 것이 없습니다.20년이고 30년이고 그
렇게 해나가면서 이론이나 주장을 끊고 기연과 경계를 파하고 쉬
어 버리면 홀연히 무심해지니,그곳이 안락하게 쉬는 경계입니다.
그 때문에 “지금 쉬어야 쉬는 것이지,만약 때를 찾다가는 끝내
때는 없으리라”하였던 것입니다.
마갈타에서 방문을 걸어 닫고 비야리에서 말을 막은 일들을 사
람들은 극치라고 여기나,그 분들의 발가락 끝도 꿈에도 보지 못
하였다 하겠습니다.대인의 큰 견해․큰 지혜․큰 작용이 어찌 격
식과 한량에 매이겠습니까.그대로가 매우 분명한데도 오히려 두
손으로 물려주지 않은 것을 한스러워합니다.어찌 심천․득실․
피아의 현량(現量)을 논하여,어지럽게 진탕을 만들겠습니까.그렇
다면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기 전,조사가 서쪽에서 오기 전,허공
과 세계가 생기지 않았을 때는 어느 곳에서 더듬고 찾겠습니까.
요컨대 마음[機心]을 버리고,지견을 죽이며 세간의 지혜와 분
별,총명함을 벗어야만 합니다.놓아버려서 곧바로 마른나무,썩은
기둥과 같게 하여 단박에 체득해서,호흡[氣息]이 끊긴 상태에 도
달하면 담담히 마음을 잊어서 만 년이 일념입니다.이를 기르고
보호하여 오래오래 익혀 자세하게 돌이켜 관찰하면 단박에 마갈
타와 정명(淨名:유마)에서 흘러온 맥을 알게 됩니다.
조주스님은 입멸에 임하자 한 자루 불자(拂子)를 봉하여 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