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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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그것’을 의지해 생긴 것임을 알아야 한다.
상근기의 영리한 지혜라면 무시겁부터 내려오는 허망함과 물
듦,성인이니 범부니 하는 망정을 벗어버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맹렬히 살펴 곧바로 꿰뚫으리라.의지하는 모든 견문각지(見聞覺
知)와 색성미촉(色聲味觸)을 마치 활활 타는 용광로에 한 점의 눈
을 떨구듯,곧바로 씻은 듯 깨끗하게 버린다.
그리하여 한량없는 진기한 보배를 그 가운데서 운반해 내오며,
가없는 훌륭한 모습이 그 가운데서 환하게 나타난다.본래의 마음
엔 애초에 너와 나,옳고 그름,이기고 짐,좋음과 싫음이 없다.
이제 본래와 둘이 아니고 다를 것이 없는데 다시 무엇을 생사라
하겠으며,무엇을 크고 작음이라 하겠는가.그윽하고 우뚝이 고요
하여 완전한 안온함을 얻어야만 원래부터 한번도 잃지 않았고 부
족하지도 않았음을 알리라.
듣지도 못하였느냐.석두스님이 약산스님에게 물었다.
“너는 여기에서 무엇을 하느냐?”
“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 그렇다면 그냥 앉아 있는 게로군.”
“ 그냥 앉아 있다면 하는 거지요.”
“ 그대는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무엇을 하지 않는다는 거냐?”
“ 모든 성인도 알지 못합니다.”
석두스님이 이리하여 게송을 지었다.
이제껏 함께 있어도 이름을 모르고
임운등등히 서로 함께 그렇게 갈 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