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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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59


            대왕(鎭府大王)에게 보내 주면서 “이는 노승이 일생 동안 써도 다
            쓰지 못한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스님의 높고 원대한 식견을

            살펴보건대 어찌 사람들을 모양에 막히고 말에 집착하며,언어문
            자에 매이게 하였겠습니까.곧바로 깨쳐야만 활발하게 무리에서
            벗어나는 계략이 생겨 큰 법을 걸머질 수 있습니다.마치 물이 물

            로 들어가고 금에다 금을 입히는 것과 같습니다.
               양양군(襄陽郡)의 장수인 왕상시(王常侍)는 위산 대원(潙山大圓)
            스님을 찾아뵙고 종지를 체득하였습니다.하루는 어떤 스님이 위

            산에서 찾아오자 왕상시가 물었습니다.
               “위산스님이 무슨 법문을 합디까?”
               그러자 그 스님은 말하였습니다.

               “사람들이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위산스
            님은 불자를 세웠습니다.”

               “ 산중에선 이를 어떻게 이해하던가요?”
               “ 산중에서는 색을 통해 마음을 밝히고 사물을 통해 이치를 드
            러냈다고들 의논합니다.”

               “ 알기는 알았습니다만 무엇이 그리 급합니까.그대는 속히 되
            돌아가십시오.노스님에게 드리는 편지가 있으니 기다리십시오.”

               그 스님이 되돌아가 편지를 돌려드리자 위산스님이 열어 보았
            더니,일원상(一圓相)을 그리고 그 가운데 날일[日]자가 씌어 있었
            습니다.그것을 보자 위산스님은 크게 웃으면서 말하였습니다.

               “뉘라서 알았으랴.나를 천 리 밖에서 아는 지음(知音)이 있을
            줄을.”
               앙산(仰山)스님이 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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