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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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등한하게 승부를 세우지 않고 마치 바보나 천치처럼 한 걸음
            물러나서 숨도록 힘쓸 뿐이다.호젓이 움직이고 홀로 비추어서 융

            통하게 합치하게 되면,밀밀면면해서 부처님의 눈으로도 엿보지
            못하는데,더구나 마군 외도의 경우이겠느냐.오래도록 길러 성취
            하면 자연히 마음에 사무치고 골수에 배는 공덕이 있게 된다.

               그리하여 6근․6진에 맞고 거슬림,삶과 죽음까지도 물어뜯어
            끊어서 조금도 의심이 없으면,이야말로 무심하고 함이 없고 일없
            는 대해탈의 경계인 것이다.

               이미 이와 같은 훌륭한 부류에 참여하기로 작정했으면 모름지
            기 간절하고 부지런히 힘써 몸과 마음을 놓아버리고 확실하게 참
            구해야만 한다.한 구절․한 기틀․한 경계 위에서 분명하게 깨달

            아 들어가 한량없는 작용과 공안들을 일시에 꿰뚫어 버리면,꺼내
            드는 족족 다시는 놓아주지 않고 그대로 끊어 버리니,어찌 통쾌

            하지 않으랴.




               20.침상인(琛上人)에게 주는 글



               어떤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이
            냐고 물었더니,조주스님은 ‘뜰 앞의 잣나무’라고 대답하였는데,

            이는 참으로 힘을 덜었다 하리라.
               요즈음 참당하여 묻는 사람들은 성식(性識)이 어두워 오로지
            말 위에서 이러쿵저러쿵하다가 마침내는 어쩌지 못한다.당초에

            합당치를 못하여 드디어는 뱃속 가득히 의심을 품고 엉뚱하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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