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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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65
해하고 엉뚱하게 생각해서 본분사에서 빗나가 버린다.본분사란
언어에도 있지 않으며,사물에도 있지 않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하리라.마치 부싯돌 불이나 번갯빛과도 같아서 거의 풍도와 법규
를 드러내지 않으니,잠깐이라도 알아차리려 하면 벌써 두 번째
세 번째에 떨어진다.
만약 단도직입으로 깨치려 한다면 모름지기 한 걸음 물러나 자
기에게로 나아가서,미친 마음을 쉬고 지견과 알음알이의 장애를
모두 깨끗이 없애야만 한다.그리하여 시절인연이 무르익으면 별
안간 깨치는 것도 어렵지 않다.이처럼 말하는 것도 벌써 너절한
설명들이니,거듭 쓸데없는 짓을 하였다.알아서 반드시 들어갈
곳이 있다면 다만 한 개의 공안을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
하게 믿어 들어가 의심 없는 경지에 도달해야 한다.그러면 밥숟
갈 드는 사이에 천 가지 만 가지로 겉만 바꿔 가지고 오는 길고
짧은 구절,많고 적은 구절,있고 없는 구절 등을 일시에 투철히
벗어나게 되니,여기에 어찌 두 가지가 있으랴.이른바 사람의 마
음을 곧바로 가리켜 견성성불한다는 것이다.
한번 얻으면 영원히 얻어,자기의 보배 창고에서 자기의 재물
을 운반해 오니,쓰고 누림에 어찌 다함이 있으랴.보지도 못했느
냐,덕산스님이 용담(龍潭)스님 회상에서 종이로 감은 촛불을 입으
로 훅 불어 꺼버리자,활연히 깨닫고 말하기를 “오늘부터 천하 노
화상의 혀끝을 의심하지 않겠습니다”했던 것을.그 뒤에 산에 주
석하면서 비바람이 휘몰아치듯 했으니 참으로 성미가 급하다 하
겠다.단지 이처럼 참구하고,이처럼 증득하며,이처럼 작용할 뿐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