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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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69
주관과 객관,나와 남을 나누지 않는다.툭 트여 성인과 범부가
평등하고 나와 남이 여여하게 되어서,부처가 다시는 부처를 찾지
않으며,마음에서 애초부터 마음을 구하지 않는다.부처와 마음이
둘이 아니어서 이르는 곳마다 있는 그대로 이루어져서,하루종일
다시는 헛된 거짓에 떨어지지 않고 단박에 자기에게 원래 있었던
실제의 경지를 밟는다.자기의 창고를 열고 자기의 재물을 마음대
로 운반해 내어,처소에 따라 기봉을 발휘하여 종지와 격식을 모
두 초월하고,활발하게 진실을 꿰뚫는다.
비록 덕산․임제․운문․현사스님 등이 헤아리기 어려운 오묘
한 기봉을 베푸는 것을 만난다 해도 한 수를 쓸 것조차도 없게 된
다.이를 두고 이른바 “많은 헛것이 적은 알참만 못하다”하는 것
이다.
그저 맹렬했던 처음의 발심을 변치 말고 계속 이어지게 해서
철저한 곳에 도달하면 자기의 도업(道業)이 완성되지 못할까 근심
하지 않아도 된다.대장부라면 모름지기 향상의 대기대용을 알아
서 편안하고 즐거워야 비로소 멈출 수 있다.절대로 적은 것으로
마치지 말고,부디 오랫동안 전전긍긍하다 보면 자연히 체득하게
되리니,어찌 해탈하지 않으랴.
23.조선인(照禪人)에게 주는 글
석공(石鞏)스님은 30년을 한 활과 두 개의 화살로 반 사람을
쏠 수 있었을 뿐이다.무엇 때문에 온전하지 못하였을까.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