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P. 72
72
24.감상인(鑑上人)에게 주는 글
조사 문하에서는 본분강령만 제창하니 한마디에 뭇 흐름을 끊
어 모든 경계를 다 없앤다 해도 벌써 잡다함에 빠진 것이다.그러
니 더구나 말 위에서 말을 내고 경계 위에서 경계를 내는 경우이
겠느냐.한 무더기 많은 언어문자를 자세하게 따져서 심전(心田)을
더럽히면 언제 끝날 기약이 있겠는가.‘이 일’이 말이나 경계에 있
다면 총명함으로 알아차리고 들뜬 근기로 부질없이 식별하는 자
들이 세간 사업을 배우듯 하여 아득히 동떨어지리니,어찌 여기에
깨달음을 틔우느니 성품을 보느니를 논하랴.
석가 부처님이 한번 나오셔서 기특하고도 승묘한 일을 무궁히
나투신 것도 오히려 시절 인연을 위해 빙 둘러 하신 말씀일 뿐이
며,최후에 가서야 비로소 이 도장을 가만히 부촉하셨다.달마스
님이 9년을 소림에서 차갑게 앉아 있었는데,유독 혜가조사만이
알아차렸다.그러므로 이를 “교 밖에서 따로 행하며 외길로 심인
(心印)만을 전수한다”고 한다.
그러면 이 마음도장을 어떻게 전수하겠는가?눈썹을 드날리고
눈을 깜짝이는 것으로인가?아니면 불자를 들고 선상을 치는 것으
로인가?아니면 아무 말 없이 그저 움직이고 행동하는 것으로인
가?이와 같은 것도 모두 아니고 단박에 알아차리게 하는 것으로
인가?아니면 향상 향하와 면전 배후에 따로 특별한 일을 둠으로
써인가?아니면 성품과 이치를 논하여 연원에 깊숙이 들어감으로
써인가?위와 같이 한다면 흡사 방망이를 휘둘러 달을 때리는 것
과도 같아서 어찌해 볼 도리가 없으니,세간의 거칠고 들뜬 얄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