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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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73


            한 식견으로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라.
               요컨대 용과 코끼리가 차고 밟듯 대뜸 뛰어넘어 완전히 사무치

            고 완벽하게 증득해야만 하리라.한결같이 참구하고 법문을 청하
            여 꼭 꿰뚫어야지 형식적인 소굴에 안주해서는 안 되니,그것은
            자신을 속일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허물을 끼친다.

               그 때문에 예로부터 작가종사는 이 하나를 우러러 소중히 여겨
            경솔하게 맡기지 않았고,경솔하게 인가하지 않았던 것이다.듣지
            도 못했느냐.“분골쇄신한다 해도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나니,한

            마디에 요연히 백억 법문을 뛰어넘도다”하신 영가(永嘉)스님의
            말씀을.
               비마(秘魔)스님은 평소에 그저 나무집게 한 개를 가지고 있다

            가 사람만 보면 “어떤 마군 도깨비가 그대를 출가하게 하였느냐?
            어떤 마군 도깨비가 그대에게 행각하라 하였느냐?말을 해도 나무

            집게에 찝혀 죽을 것이며,말을 못 해도 나무집게에 찝혀 죽으리
            라”하였다.그 한 마당을 따져 보면 어찌 부질없이 그렇게 했으
            랴.아마도 풀구덩이 속에 들어가 사람을 구제함일 것이리라.만

            약 있음을 아는 사람이라면 어찌 많은 갈래가 있겠는가.요란스러
            이 어지러움에 잠깐이라도 빠지기만 하면 천리 만리나 멀어진다.

            금강권(金剛圈)을 뛰쳐나 밤송이를 삼켜야만 자연히 귀결점을 알
            리라.
               이 종지를 알아차리는 요점은 의식과 마음을 쉬어서 마치 마른

            나무 썩은 기둥처럼 차갑고 쓸쓸한 경지에서,6근․6진이 짝하지
            않고 동과 정이 상대가 끊겨서 서 있는 자리가 텅 비어 안배하여
            들어앉을 곳이 없이 벗은 듯 텅 비게 하는 데 있다.이것이 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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