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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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사람은 무심하게 도에 합치하고 도는 무심하게 사람에게 합치
한다’는 것이다.
중생들을 만나 인연을 따르는 데 있어서도 다른 견해를 내지
않고 다만 지금 그대로의 한 기틀․한 경계에 의거하여 모두 그
대로 눌러앉아 버리니,다시 무슨 방․할․조(照)․용(用)․권․실
을 말하겠는가.한번 했다 하면 그대로 꿰뚫어,오직 나만 알 뿐
다시는 다른 일이 없다.오래도록 이처럼 해나간다면 본분사를 끝
내지 못할까 어찌 근심하랴.
25.조상인(祖上人)에게 주는 글
조상인은 덕산에서 찾아와 오랫동안 이 일에 힘을 썼다.그러
니 장산(蔣山)의 나[佛果]를 본들 어찌 두 종류의 불법이 있겠느
냐.가령 보따리를 걸머지고 왔다면 낭패를 볼 것이며,보따리를
걸머지고 오지 않았다면 반드시 몸 바꿀 곳을 알아야 한다.요즈
음 납자들은 누구나 도처 총림에서 종장에게 묻고 참구한다.그러
나 하나라도 실제로 깨달아 본분의 경지에 도달하여 완전히 쉬어
서 안온한 자리에 간 사람을 찾으려 해도 실로 그러한 사람을 찾
기가 어렵다.
대장부가 고향을 버리고 떠나서 본분존숙(本分尊宿)의 곁에 이
미 있으면서,더더욱 부지런히 힘을 다하여 갖가지 인연을 지은
것이 모두가 분수 바깥은 아니며 행각을 매각(昧却)하지 않았다고
할 만하다.그러나 실제를 살피는 데 있어서는 요컨대,반드시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