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P. 76
76
분들은 이 일에 있어서 빈틈없이 면밀했다는 점이다.만일 불법이
라고 부른다면 벌써 독약에 중독된 것이다.안(晏)스님이 찾아와
이별을 하며 옛사람의 자취를 밟지 않으려 하나 그것 역시 처음
부터 시작함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27.종대사(從大師)에게 드리는 글(筠州 黃檗山에 머무르다)
납승이 안목을 갖추고 행각한다면 반드시 본분의 종지와 향상
의 수단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철두철미하게 적나라하여 수행
의 단계를 설정하지 않고 곧바로 초월해 올라가서 털끝만큼도 막
힘이 없어야 큰 해탈의 금강왕인(金剛王印)입니다.수만 가지로 얽
힌 경계와 수천 성인이 벌려놓은 백억의 단서를 열어 젖힐 수 없
는 곳에서 마침내 수용하도록 해야만 합니다.
닿는 곳마다 몸 벗어날 요결이 있음과 사물마다에서 티끌의 자
취를 끊고 벗어남과 온몸이 통째로 눈이 되는 사람과,온 세계가
가두지 못하는 사람과 잡든지 놓든지 간에 털끝만큼도 새는 것이
없는 사람과,용과 호랑이처럼 달리고 번개가 치고 바람이 휘돌듯
하는 사람도,더듬고 찾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무심히 호호탕탕
하여 어리석은 듯하니,어찌 다시 선(禪)을 조작으로 이해하여 가
는 곳마다 기관작용과 맞닥뜨려 싸우며 어구(語句)를 설명하여 주
해를 내며,살과 뼈에다 찰싹 붙이고,향상이니 향하를 따지고 일
삼을 것이 있네 없네 하면서 종풍을 매몰하겠습니까.그러므로 말
하기를 “저 체득한 사람은 무심한 경지만을 지킬 뿐이다”하였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