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P. 78
78
그러므로 옛 불조께서는 이를 구할 적에 처음부터 경솔하게 하
지 않고,날카로운 지혜를 가진 상근기를 두드려 만든 뒤에 요점
을 드러내 보이고 마리를 쳐서 가다듬기를 마치 아교풀을 옻칠에
잘 섞듯 하였다.한 모서리를 들어 주면 나머지 세 모서리를 알아
정해진 형식 없이 자유자재로이 번뇌를 끊는 사람이라야 비로소
수긍할 수 있다.그런 뒤에 다시 걸러내고 연마하여 사람들이 끝
까지 따지고 분별하지 못할 얽히고 설킨 곳에 이르러서도 여유작
작하다.
수용할 때를 당해서는 차츰차츰 솜씨를 드러내 종지와 격식을
넘어서고,스승의 뜻을 따르지 않고 흉금을 호젓이 드러내니 천
길 절벽에 서 있는 듯하다.여러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적수를 능
가하여 바야흐로 법의 부촉을 감당할 수 있다.법이 가볍지 않아
서 도 또한 존엄하니 이른바 근원이 깊으면 물줄기도 길다는 것
이다.
예로부터 고덕들은 한번 했다 하면 평생을 쏟았으니 혹은 20년
이고 30년이고 깨달아 들어간 곳에 의지하여 철두철미하기를 기
약하였다.이미 뜻이 세워지고 나면 마음씀씀이도 견고 확실하게
되어,이로써 성취하고 나서는 금성옥진(金聲玉振)을 땅에 올렸다.
대장부라면 높은 경지를 우러러 바라보는 것도 어쩌지 못해 그리
하는 것이다.그들도 해냈는데 나라고 어찌 못 하랴.더구나 생사
를 투철히 벗어나 미래가 다하도록 한번 얻기만 하면 영원히 얻
는 경우이겠느냐.
반드시 근본을 깊고 단단하게 해서 그것이 견고하면 가지와 잎
사귀가 무성하지 않을 리가 없다.다만 언제나 있어서 달아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