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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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79
않게 하여 맑고 맑아 뭇 물상을 머금고 비추게 해야 한다.그러면
4대 6근이 모두 한갓 살림살이일 뿐이니,하물며 그 밖의 알음알
이와 언어문자로 아는 경우이겠느냐.당장에 밑바닥까지 몽땅 놓
아버려서 지극히 참답고 일상적인,완전히 평온한 경지에 도달하
게 되면,절대로 티끌 만한 것도 얻을 것이 없다.그저 어느 곳에
서나 편안한 참된 무심도인이 되리라.이 무심을 보임(保任)하면
끝내는 부처도 존재하지 않는데 무엇을 중생이라고 하겠으며,보
리도 없는데 무엇을 번뇌라 부르겠느냐.홀연히 영원히 벗어나 시
절을 따라 복을 받아들여 밥을 만나면 밥을 먹고 차를 만나면 차
를 마신다.비록 시끄러운 세속의 거리에 있더라도 깊은 산 속처
럼 고요하여 애초부터 두 종류라는 견해가 없다.
가령 그를 극락의 연화좌에 데려간다 해도 기뻐하지 않고 지하
의 황천(黃泉)에 집어넣어도 싫어하지 않는다.상황 따라 건립함도
나머지 여분의 일이거늘,나에게 무엇이 있겠느냐.대가섭은 이렇
게 말했다.
법,법 하는 본래의 법은
법도 없고 법 아닌 것도 없나니
어찌 한 법 가운데
법과 법 아닌 것이 있으랴.
法法本來法 無法無非法
何於一法中 有法有不法
옛사람은 종지를 체득한 뒤에는 깊숙이 감추어서 사람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