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1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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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81
29.제상인(諸上人)에게 주는 글
도는 본래 말이 없으며 법도 본래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말없
는 말로써 생겨남이 없는 법을 드러내면 결코 제2의 것[第二頭]이
란 없다.잠깐이라도 쫓아가서 붙들려고 하면 벌써 빗나간다.그
러므로 조사가 서쪽에서 오시어 단지 이 일만을 창도하시면서 말
밖에서 체득하고 일 밖에서 알아차리는 것만을 귀하게 여겼을 뿐
이니 스스로 상상의 근기가 아니라면 어떻게 대뜸 알아차릴 수
있으랴.그러나 여기에 목적이 있는 자라면 어찌 정도와 한량을
헤아리랴.
요컨대 처한 위치가 준엄하여 단칼에 두 동강 내는 아주 영리
한 몸과 마음을 갖추어야 한다.짐보따리를 내려놓고서는 악착같
이 물어뜯는 악독한 솜씨를 가진 사람에 의거하여,망정을 싹 쓸
어버리고 이제껏 배워서 이해한 주장이나 살 속에 착 달라붙은
지견을 한꺼번에 엎어 버려 대뜸 가슴이 텅 비게 해야 한다.자기
의 사사로움을 노출하지 않고 한 물건도 위하지 말고 그대로 철
저하게 깨달아,옛사람들과 털끝만큼도 다름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되었다 해도 향상의 일이 있음을 알아서,스승
을 넘어설 지략이 있어야만 하리라.그 때문에 옛날에 부처님의
향상 경계를 묻자 “부처가 아니다”라고 대답했고,다시 “방편으로
부처라고 부른다”라고 답변했던 것이다.그렇다면 견성성불도 방
편일 뿐이니,이 가운데서 어떻게 동쪽 서쪽을 가리키겠는가.
모름지기 가만히 계합하여 스스로 잘 간직해서 마침내 쇄쇄낙
락할 수 있으면 다시 무슨 열반을 증득한다느니 생사를 깨친다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