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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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83
정혜대사는 평생 매우 청정히 수행하였으니 이는 숙세에 심은
복연(福緣)으로,마치 부처님이 세상에 생존해 계실 때 수보리의
방안이 보배로 가득했던 것과도 같습니다.근성이 명민하여 집착
이 전혀 없고 득실을 알아,모든 사물이 뜻밖에 닥쳐오더라도 마
음을 다잡아 오직 이 하나 참구하기만 힘썼을 뿐입니다.
잠깐밖에는 만나 보지 못했으나 매우 확고부동하게 애를 써서
기대에 부응하므로 그대를 위해 그 뜻을 펴 보이는 바입니다.
조사와 모든 부처님이 외길로 전하고 밝혀 보이신 것은 사람마
다 제 발 아래 본래 있는 성품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성인․범
부의 기세계(器世界)와 6근․6진인 정보(正報)는 오랜 겁토록 끊어
진 적이 없었으나 각자 사람마다 망상으로 티끌경계를 반연하여
장애에 가리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근본의 큰 역량을 발현해 용맹하게 닦아 지녀서 한
생각도 내지 않고 앞뒤가 끊기게 되면,단박에 이 마음을 분명하
게 믿고 이 자체를 분명하게 보아서 허공같이 넓고 태양처럼 밝
아집니다.주관․객관이 나뉘지 않고 한량을 짓지도 않으며,처음
부터 끝까지 단박에 철저하게 깨치면 마음 그대로 부처임을 꿰뚫
을 수 있습니다.따로 부처라 할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음이
라 할 부처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적나라하게 텅 비고 오묘하고
분명하게 통하여 절대로 의지하거나 기댐이 없습니다.
이는 마치 사람이 한량없는 보배 창고를 열면 그 가운데 있는
모든 것이 다 자기 재물인 것과도 같습니다.매일매일 쓰더라도
온 천지 어디에도 감출 수 없이 완전히 쉬어 버린 무념무심의 경
계로 들어가니,이른바 “한 구절에 요연히 백억 법문을 뛰어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