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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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한 것입니다.
밥숟갈 드는 사이의 천만 가지 일과 천 마디 만 마디 구절들이
어찌 다시 차별이 있겠습니까.이제 힘을 덜려 한다면 망상의 외
연과 의심의 망정을 쉬어 깨끗이 다한 곳이 바로 자기가 생사를
투철히 벗어난 곳임을 아십시오.그저 이것이 바로 금강권․율극
봉이니,반드시 이 자리에서 알아차리십시오.
31.각선인(覺禪人)에게 주는 글
불조의 종승(宗乘)에서는 단도직입만을 힘쓸 뿐이다.마치 큰
코끼리가 강을 건너듯 굉장한 기세로 밑바닥까지 사무쳐야지 만
약 조금이라도 주저했다가는 천리 만리 어긋나 어찌해 볼 도리가
없으리라.그러므로 예로부터 고덕들은 방․할을 행하고 마치 전
광석화와도 같이 방편과 경계에서 참구하였으니,가풍의 규식을
약간이라도 노출했다 하면 벌써 진탕 속으로 이끌고 풀구덩이 속
에 떨어져 버린다.그런데 어찌 다시 심천․득실․편원(偏圓)․사
리(事理)등의 알음알이를 따지랴.흙 위에 진흙을 더한 격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준수한 부류는 최상승의 도장을 차고 천 개의 해가
동시에 비춰서 어둠을 밝히는 것과도 같다.문에 들어오는 것을
보기만 하면 눈을 들고 입술을 움직이지 않아도 먼저 오장육부를
꿰뚫어 본 것이다.대체로 본분종사의 솜씨는 애초에 조작이 없
고,그저 재빨리 스스로 알아차려서 훌쩍 일어나 대뜸 가버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