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P. 86

86


               32.자선인(自禪人)에게 주는 글



               처음 발심한 사람이 용맹스런 마음으로 밥 먹고 잠자는 것마저
            잊은 채 오로지 확실한 데에만 전념하는 것은 가히 훌륭한 일이
            다.더구나 한창 나이에 고향의 포근함을 그리워하지 않고 청정고

            아한 대중을 따라서 이 하나의 큰 인연을 몸소 닦는 경우야 실로
            숙세에 심은 큰 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다시 매일 삼가

            고 애써서 단박에 씻은 듯 벗어나 자유로이 법도를 실천하며 따
            라야 한다.
               이미 도를 닦겠다는 마음을 먹고 대중을 대신하여 발우를 지녔

            다면 좋지 않은 일이라 할 수 없다.모름지기 외진 곳에 거처한다
            해도 빽빽이 많은 사람의 속에 있는 것처럼 해야 하니,이른바
            “스스로 총림을 짓는다”한 것이다.소매에 소개장을 넣고 신도집

            에 명함을 내밀며 사람을 만나 예를 차리는 등 매일 작용하는 가
            운데서 스스로 참구해야 한다.
               그러면 모든 경계와 인연이 모조리 자기가 깨달아 들어가는 길

            이 되리라.한 티끌 속에서 투철히 벗어나면 온 세계가 모두 큰
            보배 창고가 되리라.이 깊은 무더기를 발현하면 8만의 티끌 번뇌

            가 모두 8만의 바라밀이 된다.외물을 움직여 자기에게로 귀결시
            키고 가는 곳마다 마음을 알아서 공부하는 경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고덕은 말하기를 “산승이 그대를 위해 방편을 틔워

            주는 것은 도리어 한계가 있으니 저 산하대지와 일체 음성 및 자
            기의 마음이 일어나는 자리가 그대로 문수․보현․관세음의 오묘

            한 방편인 것만 못하다”고 했다.듣지도 못하였느냐.보수(寶壽)스
   81   82   83   84   85   86   87   88   89   90   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