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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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87


            님이 화주를 나갔다가 시장에서 두 사람이 서로 다투는 것을 보
            았는데,곁에 있는 사람이 화해를 권하면서 “너는 이처럼 면목이

            없느냐”하는 것을 듣고서 단박에 통 밑이 빠진 듯했던 것을.그
            는 그 뒤로 세상에 나와 풍우의 조화를 부리듯 하였던 것이다.다
            만 처음 발심했던 마음처럼 한결같이 변하지 말아야 한다.자기의

            칠통팔달한 자재력을 가지고 의심이 없는 경지에 도달하면,스스
            로 불조를 초월하고 생사를 투철히 벗어나는 것은 일도 아니다.




               33.유선인(有禪人)에게 주는 글



               “지극한 도는 어려움 없으니 그저 이것저것 가리지 않기만 하
            면 된다”고 한 이 말은 진실하다 하겠다.조금이라도 가림이 있다

            면 그것은 마음이 생긴 것이다.마음이 생기고 나면 나와 남,사
            랑과 증오,좋고 싫음,취하고 버림이 쑥쑥 일어나서 저 지극한

            도로 나아가기란 요원하지 않겠느냐.
               지극한 도의 요점은 마음을 쉬는 데 있을 뿐이니 마음을 쉬고
            나면 모든 인연이 쉬어 버린다.허공같이 툭 트여 조금도 의탁함

            이 없는 이것이 진실한 해탈인데 어찌 어려움이 있으랴.그러므로
            이근종지(利根種智)를 갖춘 옛 분들은 잠깐 건드려 주기만 해도

            떨치고 일어나서 바로 떠나 통쾌하게 스스로 짊어지고 결코 그것
            과 관계하지 않았다.
               대매(大梅)스님의 ‘즉불즉심(卽佛卽心)’과 용아(龍雅)스님의 ‘동

            구의 물이 역류한다’와 조과(鳥窠)스님이 실오라기를 입으로 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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