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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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89
그렇다고 결코 여기에 머무르지도 않았으니 소반이 주옥을 굴리
듯 주옥이 소반에서 구르듯 하였다고 할 만하다.그러니 어찌 급
하게 단박 멈추게 할 수 있는 것이겠는가.그래서 죽은 뱀이라 할
지라도 희롱할 줄 알면 살려 놓는다고 하였던 것이다.
장경(長慶)스님은 말하기를 “도반과 어깨를 부딪치며 지나는
순간 일생의 참구하는 일을 마친다”고 하였다.분명코,홀로 벗어
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 일이 있는 줄을 알 수 있으랴.진실로
알아야 할 것은 모름지기 이러한 사람만이 이러한 일이 있는 줄
을 안다는 점이다.어떤 스님이 조산(曹山)스님에게 물었다.
“땅에서 자빠진 사람은 땅을 짚고 일어난다 하는데 어떤 것이
자빠지는 것인지요?”
“ 하려고 하면 자빠지는 것이다.”
“ 어떤 것이 일어나는 것인지요?”
“ 일어나는구나.”
눈 밝은 사람은 꿰뚫어 보고 다시는 따로 구하지 않는다.이
한 뙈기 터는 험한 곳은 험하고 평탄한 곳은 평탄하여,선 자리에
서도 밝히지 못하면 앉은자리에서도 밝히지 못한다고 해야 무방
하리라.
옛사람은 뜻을 얻은 다음에 깊은 바위․궁벽한 골짜기․띠풀
집이나 돌집에서 완전히 쉬어 마음에 간직했던 것을 놓아버리고
살아나갔다.명리를 버리고 세속에 관계하지 않으면서 자기 일을
마친 뒤에 인연을 따랐다.나오지 않으면 그만이었지만 한번 나왔
다 하면 반드시 무리를 놀라게 하고 대중을 조복받았다.그것은
아마도 근원이 깊어 물줄기가 길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