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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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이미 심산궁곡에 들어가진 못한다 해도 아무것도 모르
            는 사람처럼 단지 본분에 의지하여 맑고 고요함을 지켜야 한다.

            그러면 가는 곳마다 현재 그대로를 지켜 편안함을 얻을 것이니,
            이것도 역시 심기(心機)를 쉬는 근본이 아니겠느냐.




               34.월선인(月禪人)에게 주는 글



               옛날 조산(曹山本寂)스님이 오본(悟本洞山)스님에게 하직인사를
            하자 오본스님이 물었다.

               “어디로 가느냐?”
               그러자 조산스님이 대답하였다.
               “변함이 없는 곳으로 가렵니다.”

               “ 변함이 없는 곳에 어찌 감이 있겠느냐?”
               “ 가더라도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자 오본스님은 그를 알아차렸다.그것은 그의 깨우침이 빈
            틈없이 면밀하여 큰 안락을 얻어 통하지 않은 바가 없었기 때문
            이다.그러므로 기관작용의 길[機路]이 말쑥히 깨끗하면 모든 사

            람이 가두어도 머무르지 않으며,말을 하게 되더라도 단도직입적
            이어서 전혀 장애와 걸림이 없었다.

               만일 가슴에 조금이라도 알음알이가 있어 곳곳에서 집착한다면
            어떻게 말끝에서 단박에 이처럼 끊을 수 있었으랴.이 의도를 잘
            체득하면 참으로 변함이 없어져서 천생만겁이 지나도 다만 여여

            (如如)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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