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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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의 길에 노닐도다”한 이 말은 바로 “만법과도 짝하지 않는다”
            한 말의 대의(大意)라고 할 수 있다.그런데 하물며 자기에게 본래

            있는 발밑에 범부와 성인을 길러내고 10허(十虛)를 머금었다 토해
            내는 경우이겠는가.어느 법도 그 힘을 받지 않음이 없으며,어느
            일도 그로부터 나오지 않음이 없으니,어찌 외물이 있어 장애가

            되겠는가.
               다만 자신의 믿음이 미치지 못하여 흔들릴까가 걱정일 뿐이다.
            만약 환하게 밝혀 투철히 벗어나면 결코 한 마음도 나지 않는데

            어느 곳에 다시 허다함이 있으랴.그 때문에 말하기를,“신령한
            광채가 홀로 빛나면서 6근․6진을 아득히 벗어났다”고 하였던 것
            이다.

               요컨대 본래부터 자기에게 갖추어진,살아 있는 높고 오묘한
            자체를 당장에 알아차려야만 한다.그러고 나면 언제 어디에서나

            그것과 마주쳐 원융히 받아들이지 않음이 없다.밥 먹고 옷 입는
            모든 행동거지와 세간이니 출세간이니 하는 것이 모두 밖에서 얻
            는 것이 아니다.이를 통달하고 나면 다만 평상을 지킬 뿐 모든

            견해를 내지 않으니,무슨 “한입에 서강의 물을 다 마신다”느니
            하는 말을 하랴.설사 백천의 부처님과 한량없는 조사가 이루 셀

            수 없는 괴이한 신통변화를 나타낸다 해도 한 수를 쓸 필요도 없
            다.이처럼 믿고 보아 사무친다면 어찌 행각하는 일을 결판냈다
            하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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