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P. 94

94


            다.그리하여 5년 10년씩 해온 둔한 공부를 한다 하더라도 끝내
            과감하게 결단하지 못한다.

               평소에 매양 형제들에게 권하노니,모름지기 맹렬하게 분심을
            내서 이제껏 배워 안 것과 얻고 잃음의 틀을 버려라.흡사 만 길
            절벽에서 손을 놓아버리듯 목숨을 놓아버려 그로부터 숨결 하나

            없이 아주 죽은 사람처럼 되면 밥숟갈 드는 사이에 다시 깨어나
            면,그대를 속이려 해도 되지 않는다.이처럼 다하고 나서 실제의
            경지에 당도하여 밟으면 허공처럼 넓고 태양처럼 밝아서 다시는

            조작이 필요치 않다.일체가 스스로 원만히 이루어져 하루종일 모
            든 성인들과 함께하면서 모두가 수승하고 기특하여 씻은 듯이 벗
            어난다.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고 다리 가는 대로 가는데 다시

            무엇을 의심하랴.
               왜 듣지도 못하였느냐.옛날 큰스님이 사람에게 가르치기를

            “도는 깨달음을 말미암고 법은 보고 들음을 떠났다”고 했던 것을.
            만약 정확하게 깨닫는다면 다시 무슨 부처님의 말할 줄 모를까
            근심하랴.부디 일상생활 속에서 다른 견해를 일으키지 말고 놓아

            버려 가슴속을 깨끗하게 비워야 한다.정신을 차리고 스스로 엿보
            기를 오래 하면 반드시 믿고 들어가는 곳이 있으리라.

               만일 한가로움만을 지켜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면,요컨대 노
            주(露柱)와 등롱(燈籠)에게 참문하라.부처의 종성(種性)이 있는 사
            람이라면 마침내 죽은 물속에 처박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름지

            기 알아야 한다.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결코 그대를 속이지 못하
            리라.
               보리는 언설을 떠나 있으며 원래부터 체득한 사람이 없다.마
   89   90   91   92   93   94   95   96   97   98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