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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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95


            혜수라(摩醯首羅)*의 진정한 안목을 갖춘 영리한 납자는 듣자마자
                            2)
            바로 들어 보이고 바로 꿰뚫어 살펴서 한량을 지어 해탈이라는

            깊은 구덩이 속에 떨어지는 짓을 하지 않는다.어떤 사람은 혹 언
            어적인 주장을 허용하면서 “언설을 떠남이 진실한 언설이며,얻음
            이 없는 사람이 실제로 증득한 사람이다”라고 하기도 하는데,이

            런 이는 그 자리에서 빗나가 언어문자에 속박되고 전도되어 끝내
            위로부터의 일을 밝히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 종문에선 그윽히 계합하고 가만히 부촉함을 힘쓰

            나 이미 모든 부처님의 후예가 되었으니,모름지기 가풍을 계승하
            고 정인(正印)의 심오한 방편을 완전히 제창함을 밝히고 생사번뇌
            의 못된 집착과 속박을 벗어야만 한다.그래서 영가스님은 “대장

            부가 지혜의 칼을 잡으니 반야의 칼끝이며 금강의 불꽃이로다”
            하였다.어찌 그 사이에 머뭇거림을 용납하겠는가.

               생사가 큰일이라고는 하나 진실로 투철히 벗어버리면 크다고
            할 것도 없다.무엇 때문일까.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다.진실하게
            알고 실제로 깨달아 여여(如如)하게 요동하지 않으며 만물이 생성

            변화하는 안팎에서 핵심을 살펴 툭 트여 명백하고 처음과 끝이
            모두 평등하여 애초에 얻고 잃음이 없다.그리하여 항상 이 큰 광

            명을 잡고 두루두루 비추는데,마치 해와 달이 높이 떠서 가듯,
            사자왕이 자유롭게 유희하듯 한다.백천 겁을 줄여 일념을 만들기
            도 하고 일념을 늘려서 백천 겁을 만들기도 한다.또한 수미산을

            겨자씨 속에 넣기도 하고 대천세계를 시방 밖으로 던지기도 하니,


            *마혜수라(摩醯首羅):여섯 개의 팔과 세 개의 눈을 갖고 흰 소를 타고 있는 신.
              여기서는 광대무변한 지혜를 갖춘 사람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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