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0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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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산이 이르되 “남산에는 많은 사람들이 새[茆]를 깎더라”하
니,
-풀숲을 건드려 뱀을 놀라게 할 뿐이겠지.
앙산이 가래를 뽑아 들고 떠나 버렸다.
-거두어들임이 너무 빨랐군!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스승과 제자가 도에 부합했고,아비와 아들이 기개가 맞았
다.위산과 앙산의 가풍은 천고의 귀감일런가?
위산이 앙산에게 “어디서 오는가?”했으니,위산이 어찌 앙
산이 밭에서 오는 줄 몰랐으리오마는 이 질문 하나를 던져서
앙산과 만나려 했던 것이다.앙산 또한 윗분의 물음을 저버리
지 않고 그저 “밭에서 옵니다”했으니,일러 보라.불법의 도리
가 있는가?
위산이 범의 굴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서 다시 묻되 “밭에는
몇 사람이나 되던가?”하매 앙산이 가래를 땅에 꽂고 합장하고
섰으니 납승들의 만나는 격식이 갖추어졌거늘 현사(玄沙)는 말
하되 “내가 그때 보았더라면 가래를 걷어차서 쓰러뜨렸을 것이
로다”하였으나,만송은 이르노니 “더 이상 쓴웃음을 참을 수
가 없구나!”하노라.
투자 청(投子靑)이 송하되 “위산이 온 곳을 물었는데 아는
이가 없어서/땅에다 삽을 꽂아 답했으나 불조(佛祖)가 땅에 묻
혔다/걷어차서 쓰러뜨림을 현사는 곁에서 긍정치 않아/먼 산
봉우리에 봄빛 시들어짐을 면하게 했다”하였는데 만송은 이르
노니 “풀이 마르니 새매의 눈치가 빨라졌다”하노라.남악(南
岳)법륜사(法輪寺)의 평(平)선사가 송하되 “좁은 길에서 만났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