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4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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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반만 믿어야 되겠군.
               마곡이 이르되 “장경스님은 옳다 하는데 화상은 어찌하여 틀렸
            다 하십니까?”하니,

               -널 속에서 눈을 부릅뜨는 격이군.
               남전이 이르되 “장경은 옳지만 그대는 옳지 않으니
               -눈 위에 서리를 더하는군!

               이는 바람의 힘으로 움직여진 것이라 마침내는 무너질 것이다”
            하였다.
               -사람을 죽이려면 모름지기 피를 보아야지!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옛날에 앙산(仰山)이 중읍(中邑)에게 사계(謝戒)*하러 갔더니,
                                                            18)
                중읍이 선상(禪牀)위에서 손뼉을 치면서 “아야,아야!”하거늘

                앙산이 서쪽에서 동쪽으로,동쪽에서 서쪽으로 오락가락하다가
                다시 복판에 섰다.그런 뒤에 사계를 하니,중읍이 이르되 “어
                디에서 그런 삼매를 얻었는가?”하매,앙산이 대답하되 “조계
                (曹溪)의 탈인자(脫印子)에게서 배웠습니다”하였다.중읍이 다
                시 묻되 “그대는 조계의 삼매가 어떤 사람을 제접했다고 생각
                하느냐?”하니,앙산이 대답하되 “일숙각(一宿覺:永嘉大師)을
                제접하였습니다”하였다.그리고는 묻되 “화상께서는 어디서

                이 삼매를 얻으셨습니까?”하니,중읍이 대답하되 “나는 마대
                사(馬大師)에게서 이 삼매를 얻었노라”하였다.
                  포주(蒲州)의 마곡 보철(麻谷寶徹)선사는 흡사 영가(永嘉)가
                육조를 처음 뵈었을 때 석장을 가졌던 것같이,장경의 처소에


            *수계를 감사하는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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